오늘은 믹싱엔지니어의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듣기 불편한 소리를 정리하기만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 데 도전하지 못한 사람인가?”
믹싱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내가 듣기에 이미 충분히 좋은 보컬을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바꾸는 과정은 때로는 당황스럽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믹싱 엔지니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어떤 아티스트는 사운드 디자인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죠. 사운드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곡을 만들고 러프믹스를 할때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서 컨펌이 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사운드 디자인에 약한 아티스트는 엔지니어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제가 믹스를 하다가 제 느낌대로 이펙트를 추가하면 “이상한거 빼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듣기 쉬웠습니다. 물론 제가 만든 이펙트들이 과하기도 했겠지만 아티스트 머리 속에 있는 방향과 다른 경우에는 쓸데없는 작업일 확률이 높겠죠. 물론 아티스트가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운드 디자인을 할 줄 모르는 아티스트 같은 경우에는 그들도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듀서인지 사운드 엔지니어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엔지니어와 고객이 작업 중 소통하는 방법
- 아티스트가 레퍼런스 트랙 제시한다.
- 아티스트가 러프믹스(가믹스)를 함께 보낸다.
- 디자인한 사운드 또는 공간계 등을 프린트해서 함께 보낸다.
- 대화, 대화 그리고 대화
첫 번째로 아티스트가 레퍼런스 트랙을 제시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간혹 곡의 느낌과 분위기, BPM, 사용된 악기 등이 다른 레퍼런스를 제시해서 곤란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이 부분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레퍼런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반대로 너무 많은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대화를 통해서 조율해 나갑니다.
두 번째로 아티스트가 러프믹스를 보내 주는 것입니다. 러프믹스를 들으면서 아티스트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이 러프믹스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아티스트가 작업한 음악의 포인트가 되는 주요 이펙트 및 보컬이나 악기에 사용된 공간계를 함께 프린트해서 보내는 것입니다. 저는 아티스트의 머리속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관심법을 써서 아티스트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그러기 위해서 레퍼런스 트랙, 러프 믹스와 더불어 이펙트 트랙을 따로 받는 것도 소통의 오류를 줄이는 데 좋은 방법이 됩니다.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입니다. 첫번째 작업, 데모 믹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좋은 믹스와 나쁜 믹스가 있을 수가 있지만 데모 믹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망가는 분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한 거겠지요……) 이런 일은 제게 댓가를 주지않고 제 포트폴리오로 싱글을 제작하는 분들에게서 많이 일어났습니다. 상대방과 해당 작업에 대한 책임감은 모두에게 중요하며, 어떤 부분이 고민인지 문제인지 이야기 하면 충분히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피드백과 나의 기준
믹스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내 기준에 좋은 사운드와 고객의 만족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객이 보내준 레퍼런스보다 훨씬 더 “Wet한” 보컬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데모 믹스를 망가뜨리려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머릿속 그림은 내가 듣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요. 그들이 자신감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원하는 느낌이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다시 믹스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작업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이야말로 믹싱 엔지니어의 핵심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믹싱 엔지니어는 예술가인가, 서비스업자인가?
많은 사람들이 믹싱을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서비스업에 더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고객이 듣기 불편하지 않도록 소리를 정리하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때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이펙트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청이 비현실적이거나 제 기준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해도,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정말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소통을 통해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쉽지 않지만, 믹싱 엔지니어로서의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음악을 읽고, 마음을 읽다
최근에는 Pro Tools와 플러그인을 잠시 꺼두고, 음악만 듣는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듣던 음악들을 다시 찾아 듣고, 그 당시의 스네어 소리, 리버브의 깊이, 믹스의 밸런스를 느끼며 그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상상해 봅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이야기하듯, 음악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음악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때로는 정말로 비효율적이고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다시 한 번 이 일이 얼마나 즐겁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입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고, 음악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은 단순한 작업을 넘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함께 이야기 나누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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