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적인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았습니다. 음악을 시작했지만, 진로를 선택할 시기가 오자 너무 흔들렸습니다. 과연 이걸 계속해야 할까? 그냥 다 내려놓고 시험을 준비할까? 매일같이 저 자신에게 물어보며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92점으로도 떨어진 시험, 그날 이후 나는 내 인생을 바꾸었다
20대 후반 음악을 한동안 내려놓고 공기업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NCS 시험을 준비했고, 생각보다 점수도 잘 나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였습니다. 시험 자체가 줄어들고, 서류 커트라인은 천정부지로 올라갔습니다. 시험에 합격해야만 면접을 볼 수 있는데, 그조차 기회가 줄어들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시간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 면접을 한 번 보게 되었지만, 제가 준비해온 삶과는 너무 멀었습니다. 거기서부터 현타가 오기 시작했죠. 그렇게 겨우겨우 서류를 통과해 응시한 공기업 시험은 92점을 맞고도 떨어졌습니다. 시험이 너무 쉬웠다는 얘기였고, 정답이 아닌 단어 하나 차이로 전공자들에게 밀린 거였습니다. 얼마나 작은 틈일까 싶었고, 이걸 뚫고 들어가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그때부터 다시 음악과 음향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쪽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자리는 많지 않았고, 제가 뭘 먼저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공연장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현장을 배우고, 틈틈이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교재를 뒤지고, 프로툴도 매일같이 연습했습니다.
나중에는 소규모 회사에 취업을 했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연봉은 낮고, 상사나 클라이언트의 기분에 따라 일이 휘청거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마음속에서 하나의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래도 이게 낫다.” 어차피 돈을 못 벌 거라면,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택한다는 것
안정적인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일에는 언제나 ‘포기’가 따라옵니다. 연봉, 명함,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 고정된 루틴 같은 것들이죠. 제가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 종일 엑셀을 보고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채우고 정리하는 일이었죠. 어떤 날은 눈이 뽑혀 나갈 것처럼 아팠고, 어떤 날은 전화만 수십 통을 하다 하루가 끝났습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연락을 안 받으면 그만큼 일은 쌓이고 결국 제 탓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느낌이 다릅니다. 음악을 하고,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면서도 엑셀을 씁니다. 계약서도 읽어야 하고, 통화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일들은 저를 지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일이라는 자부심과 희망 때문이었을까요? 적어도 예전처럼 눈을 부여잡고 “왜 이걸 해야 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정말 행복해질까?
정답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불안은 따라옵니다.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수입도 없습니다. 이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매일 연습하고, 매일 공부해야 하고, 매일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아주 불안정합니다.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머릿속을 맴돕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문장에서 직장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결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정을 내리지 않고 흔들리기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저는 시도했습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훨씬 더 후회하고 있었겠지요. 사람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라”라고 말하지만, 저는 “한 살이라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도전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잘 될 수는 없다
과연 직장을 다니는 것이 정말로 안정적인 걸까요? 2025년 현재 취업난이 들이닥쳤습니다. 작년에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기사가 났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은 항상 해왔습니다. 체감상 제가 처음 취업을 하려던 코로나 시기보다 일자리가 더욱 줄어든 느낌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일본에 있었던 ‘잃어버린 30년’이 들이 닥쳤다고 말합니다. ChatGPT와 같은 AI들이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고 실제로 단순 반복 업무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인생에는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사고, 건강, 인간 관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벗어나면 책임져야 할 상황들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반드시 제가 하는 일이 잘 될거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실력 뿐 아니라 운도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젠 그걸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느낍니다.
돌아온 길, 이어지는 점들

저는 정말 많은 길을 돌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지 말아야 할 것도 배우고, 놓치면 안 되는 것도 놓치며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같은 실력의 엔지니어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업도 할 수 있고, 엑셀도 다룰 수 있고, 때로는 계약서도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안정적인 직장에 있을 때보다 제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계속 이 길을 가볼 생각입니다. 아직은 작고 느리지만, 점처럼 흩어진 경험들이 어느 순간 선으로 연결되는 날이 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아티스트들과의 대화, 사운드를 만지며 보낸 시간들, 그 외 여러가지 수행했던 업무들이 언젠가 저만의 길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참고 글: 믹싱 엔지니어로 성장 중인 나의 이야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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