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진로 고민이 길었던 나의 이야기 (2025)

음악 진로 고민

많은 10대 20대 분들이 음악 진로 고민으로 고민이 많아보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어릴 적 TV에서 나오는 음악은 대부분 사랑 노래였습니다. 그러던 중 싸이, 드렁큰타이거, 우탱클랜, 에미넴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운드는 전혀 달랐고, 그 낯선 에너지에 푹 빠졌습니다. The Fugees나 Eagles 같은 아티스트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슬쩍 따라 해보고 싶었습니다. 싸구려 마이크, 지지직거리는 모니터, 오디오카드라기엔 민망한 장비들. 팬텀파워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쿨에딧이나 케이크워크로 이것저것 만지작거렸습니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 녹음한 걸 올리기도 했고, 친구들과 녹음 놀이도 했습니다. 어느 날, 어떤 아티스트가 “나는 음악으로 돈 벌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하는 걸 봤습니다. 덩달아 저도 그 길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당연히 반대하셨습니다. “중학생도 안 된 아이가 음악으로 돈을 벌겠다니…” 부모님 입장에선 충분히 현실적인 반응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음악 포기란 말, 너무 쉬워서 더 무거웠던 단어

부모님의 반대, 현실적인 여건, 그리고 점점 식어가는 열정 속에서 음악 진로 고민 중 자연스럽게 음악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고, 평범하게 대학에 진학해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도 음악을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간간이 멜로디를 짜고, 가사를 쓰고, 장난처럼 곡을 만들었습니다. 군 제대 후 우연히 음악을 한다는 친구들을 만나며 다시금 음악의 불씨가 피어났습니다. 학원 연습실을 밤에 빌려 녹음도 하고 공연도 준비했습니다. DAW는 낯설었고, 장비도 없었지만 그 시간은 마냥 즐거웠습니다.

서울로 올라온 건 용기라기보다 무모함에 가까웠습니다. 녹음 장비도 없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습니다. 옥탑방에서 살던 그 겨울, 몸이 아픈 상태로 돌아온 집에서 변기가 얼어 있는 걸 봤을 때는,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아플 겨를도 없이,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싶었거든요. 웃기게도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시절이 안쓰럽고도 이상하게 웃깁니다.

회사에서 배운 건 기술보다 인간관계

고향으로 돌아와 대학을 마쳤고, 다시 ‘어른이 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입사 시험, 면접, 자소서. 여러 회사에 붙었고 면접도 봤지만, 뭔가 오글거렸습니다. 면접장에서 유명 취업 유튜브 멘트를 복사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게임은 나랑 안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곧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채용 TO는 줄고, 경쟁률은 치솟고, 90점 맞고도 떨어지는 현실. 그런 세상에서 내가 관심도 없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음악 진로 고민 중 비슷한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음향’이라는 단어를 만났습니다. 음향도 그냥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수많은 세부 분야로 나뉜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하면 다 할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완전히 다릅니다. 아직도 제 가족은 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다만 회사에선 Pro Tools를 쓰며 일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물론 현실은 달랐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사운드가 아닌, 상사가 원하는 정도만 해내는 작업. 모니터링도 제대로 안 되는 환경에서 마감은 촉박하고, 퇴근 후 집에서 다시 만져야 했습니다. 어쩌면 많은 직장인이 겪는 일이겠죠. 하지만 이곳에서 배운 건 기술보다 인간관계였습니다. 솔직한 피드백은 위험했고, 능력은 티 내면 안 되는 구조. 그럼에도 저는 꽤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그 회사에서 제가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음악 커리어는 늘 시험대 위에 있다

회사를 나온 뒤 본격적으로 믹싱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제 사업을 시작한 셈이었습니다. 일이 있을 땐 바쁘고, 없을 땐 불안합니다. 새로운 상황과 마주하면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짜릿합니다. 비효율적인 작업 환경에 짜증도 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선 해방감도 있습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는 말, 어느 정도는 맞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힘든 게 사라지진 않더군요. 고되면 고된 대로 살아야 했습니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음악 직업은 낭만도 있지만, 현실도 존재합니다. 견디는 날보다 포기하고 싶은 날이 많고, 스스로를 믿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래도 음악을 완전히 놓진 못했습니다. 어릴 적 그 감정, 그 설렘, 그 지지직거리던 녹음의 재미는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음악 진로 고민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가 음악 진로 고민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라 수십 번 했기 때문입니다. 때론 포기하고 싶었고, 때론 현실을 무시하고 달리고 싶었습니다. 노력한다고 모든 게 잘 풀리지는 않았고, 실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직을 준비하다 눈이 침침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지나가게 둡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두렵습니다. 내일 일이 있을지, 한 달 후에도 음악을 하고 있을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애쓰던 나에게, 지금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넌 계속 할 거야.”

더불어 음악 진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글: 믹싱 엔지니어로 성장 중인 나의 이야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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