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를 시작하며
달리기와 음악, 둘 다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45분 정도는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이제 2주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 10분 동안은 다리가 뻐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점점 상쾌해졌습니다. 러너들이 왜 달리기를 좋아하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발목, 무릎, 종아리, 허벅지 순으로 근육통이 타고 올라왔습니다. 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5km를 몇 번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쉽게 지쳐버렸습니다. 그러다 ‘LSD(Long Slow Distance)’라는 훈련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조깅 페이스로 90분 이상 달리는 방식인데, 지구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오래 달릴 수 있어야 이후에 인터벌 트레이닝과 같은 고강도 훈련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속도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군대에서 하던 3km 기록 측정처럼 뛰지 않고, 아주 느린 속도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훨씬 멀리 달릴 수 있었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거의 저는
과거의 저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90% 이상의 강도로 소화하려 애썼고, 근력 운동을 하면서도 술을 주 3회 이상 마셨습니다. 몸이 쉴 시간이 없었습니다. 아마 열심히 살았다는 보상 심리로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심장이 자주 뛰고, 어지럽고, 흔히 말하는 교감신경 항진 증상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지쳐서 직장도 다니기 싫어지고, 하던 일에도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 후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낮은 강도로 하루를 살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필요한 일만 끝내고, 부담 없이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되자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심신이 안정되고,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지금, 하루하루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이 올라갈 즈음이면, 아마 저는 더 긴 시간을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가 달리기와 음악을 연관 짓는 것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시나요?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닙니다
운동과 건강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지만, 결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입니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닙니다.
자동차는 연료만 있으면 시속 20km로 계속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매일 운동하고 달리더라도, 매일 최고 강도로 달릴 수는 없습니다. 달리기와 음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가고 싶지만, 리듬을 찾지 못하면 금방 지치고 방향을 잃게 됩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운 것은, 느리게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것이 훨씬 멀리 가는 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음악 작업도 똑같습니다.
저는 매일 DAW를 켜지만, 매일 최대치로 작업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믹싱이나 프로듀싱을 할 때도 순간의 열정만으로 몰아붙이면 결국 귀가 마비되고, 객관성을 잃게 됩니다. 장시간 작업을 하다 보면 점점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되고, 처음 느꼈던 감정이나 의도와 멀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달리기에서도 무리하면 몸이 신호를 보내듯, 음악에서도 귀와 감각이 신호를 보냅니다. 물론 일이 바쁜때는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겠지만요…
결국 달리기와 음악 모두, 무작정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조금 부족하더라도 내일 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여유, 그 여유가 진짜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달리기와 음악, 70% 룰
그래서 저는 “70% 룰”이라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하루를 60~70% 강도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루 일과를 100%로 몰아붙이지 않고,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한창 재미있을 때 멈추고 휴식합니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으로도 ‘자이가르닉 효과’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아쉬움을 남겨서 다음 작업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믹싱 작업 중 드럼 사운드가 지나치게 신나게 들리거나, 신디사이저가 과하게 멋지게 들릴 때는 오히려 귀가 이미 지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의 Zone 2 트레이닝도 비슷합니다. 최대 심박수의 60~70% 강도로,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달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빠르고 강하게 달려야 할 날도 있겠지만, 매일 지구력을 쌓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잡생각이 많아 집중이 흐트러지고 달리는 것 자체가 지겹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릅니다. 발걸음과 호흡 리듬에 의식적으로 몰입하면, 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놀랍게도 몸은 훨씬 덜 힘들게 느껴집니다.
음악 작업도 이와 아주 비슷합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외부의 시선, 결과에 대한 불안 같은 잡생각이 끼어들어 집중을 흐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기와 음악 모두,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앞에 놓인 한 걸음, 한 소리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내 호흡, 내 귀를 믿고 현재에만 몰입할 수 있을 때,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성과는 단숨에 오지 않습니다
성과는 단숨에 오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천운의 기회가 찾아오는 일은 현실에서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금전, 인간관계, 직장, 타인의 기대 같은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조급해지는 순간이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하루를 어떻게 쌓아가느냐는 것입니다. 음악과 달리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자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에 몰입할 때 우리는 오히려 행복을 느낍니다. 멀리 있는 결과만을 바라보기보다, 오늘 내가 움직인 한 걸음에 집중할 때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안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받아들입니다. 모든 노력이 항상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달리기를 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듯, 음악도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쌓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고글: 지속적인 연습의 힘을 믿기로 한 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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