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독학의 한계 (2025)

독학의 한계

어린 시절 음악을 만들었을 때 저는 제 곡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줄 알았고, 제 감정을 잘 담아냈다고 믿었죠. 하지만 차에서 그 곡을 들었을 때 느낀 건 ‘왜 이렇게 초라하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곡을 다른 동료가 믹싱해준 후,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한 믹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내가 들은 소리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더 좋아질 수 있었던’ 상태에 머물렀다는 것을요. 이건 단순한 믹싱의 문제를 넘어서, 창작자에게 익숙한 독학의 한계라는 근본적 구조를 드러냅니다. 독학은 혼자서 배우고, 익히고, 판단합니다. 어느 순간엔 ‘이 정도면 됐다’는 기준도 생기고, 판단 기준은 점점 좁아집니다. 하지만 더 나은 해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를 스스로 지우게 됩니다.

이 부분이 독학의 한계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혼자 익힌 믹싱이 나쁘진 않았지만, 결국 제가 알지 못했던 소리, 방향성, 그리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말 아는 것’ 사이에 갭이 존재한다는 걸 자주 잊습니다. 그 사이를 메우는 건 늘 경험이고, 타인의 시선이며, 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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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리는 혼자서는 끝내기 어렵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감각은 스스로 키울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교재(음악)들이 많으니까요. 작곡, 편곡, 녹음까지 독학으로 배운 분들도 많고, 실제로 훌륭한 결과를 내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를 지향하는 분들을 만나면 조금 달라집니다. 그건 감각 외에도 수많은 비교와 시도, 다른 환경에서의 청취,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글: 믹싱 전 음악 퀄리티를 높이는 창작자 필수 가이드 (2025)

예를 들어 저는 스피커를 바꿨을 때 처음으로 들리지 않던 저역의 움직임을 들을 수 있었고, 룸 어쿠스틱을 바꾸자 전에는 몰랐던 리버브의 미세한 떨림까지 캐치할 수 있었습니다. 장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결과가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험은 결국 저에게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영역’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하게 만든 것이죠.

독학의 한계는 여기서 드러납니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기준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지금 가진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 이건 비단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 판단 프레임의 제한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한은 대부분 ‘나는 이제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독학의 한계는 판단 기준을 고정시킵니다

많은 책도 읽었고, 수많은 튜토리얼을 참고했으며, 실제로 제 음악이 듣기 괜찮다는 평가도 종종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독학은 ‘내 안에서 내 기준을 만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기준은 타인과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성장의 방향도 스스로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사운드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좋은 걸 경험해보기 전까진, 지금 들리는 소리가 ‘그나마 괜찮은 것’인지, ‘정말 좋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을 처음 써본 사람만이 편리함을 알고, 좋은 호텔에 가본 사람만이 서비스의 섬세함을 알고, 파인다이닝을 경험한 사람만이 음식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맥북 M1을 써보면서 ‘속도’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 느꼈습니다. 고급 스피커를 써보면서, ‘해상도’라는 개념이 왜 중요한지를 체감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서, 저는 비로소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몰랐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몰랐던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학습과 판단, 결정이 모두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협업은 혼자 배운 것을 검증받는 과정입니다

독학의 한계

대학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과제를 하면서 ‘이 정도면 잘했지’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나면 전혀 다른 시각이 열리곤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더 심했습니다. 완성했다고 생각한 결과물이 회의에서 엉망이 되기도 했고, 다른 팀원의 제안으로 큰 방향 전환을 맞이한 적도 많았습니다.

결국 창작도 똑같습니다. 나 혼자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악이 다른 사람에겐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내 기준에선 완벽하다고 믿었던 사운드가 사실은 전달력이 떨어지는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협업은 나의 감각을 검증받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검증이 곧 성장입니다.

독학의 한계는, 검증이 없다는 데서 시작되고,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해석에 갇히기 쉽습니다. 실제로 저는 곡을 다른 믹싱 엔지니어에게 맡기면서 처음으로 ‘아, 이렇게도 들릴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 제 기준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정도면 됐어”였지만, 그 이후로는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로 바뀌었습니다. 그 의심 하나가 작업의 방향을 바꾸고, 그 다음 작업까지 바꿨습니다.

모른다는 걸 아는 것, 그것이 성장의 시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끝내지 못합니다. 작업은 길어지고, 수정은 반복되고, 결국 ‘작업 중’ 폴더만 늘어갑니다. 이건 게으름이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은 지금 상태가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니면 문제가 있는 건지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 기준이 나 혼자만의 것일 때는, 언제든 결론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한 번 들어주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고, 다른 방향을 제안해주는 순간부터 곡은 전혀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건,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인식입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데서부터 성장은 시작됩니다. ‘독학의 한계’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그 과정을 겪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그 한계를 인식하고 넘어서려는 태도입니다. 그게 협업이든, 피드백이든, 다른 환경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묻는 겁니다.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요.

마무리하며: 비교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무엇이 정답이며 현재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겠지만요.

이 글은 이 부분이 독학의 한계를 강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학은 창작자의 강한 무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기가 언제나 제대로 쓰이려면, 자신이 선 자리와 바라보는 방향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영역이 있고, 경험하지 않으면 감각조차 열리지 않는 차원이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만든 곡이 꽤 괜찮다고 느껴지신다면, 그건 좋은 출발점입니다. 동시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글이 아티스트뿐 아니라 믹싱 엔지니어, 프로듀서 분들께도 작은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모니터링 환경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면서 더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준은 늘 ‘지금까지의 나’를 기준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후의 나’는, 우리가 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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